대법원은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발생한 급성 감염증에 대해 수술 집도의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는 의료진의 과실과 감염증 발생 사이의 개연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감염의 원인이 수술 부위의 직접 감염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이 감염 예방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사건 개요
A씨는 과거 척추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2018년 3월 21일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여 C병원에 내원했습니다. C병원의 다른 의사는 A시에게 ‘추간판 돌출 재발‘을 진단했고, A씨는 같은 달 23일 수술을 받고 28일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달 7일, A씨는 갑작스러운 고열로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혈액 검사 등을 받은 뒤 수술 부위 주변에 장내세균인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 감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C병원에 다시 입원했으나 발열이 지속되자 서울 순천향대병원으로 전원되어 감염 확진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순천향대병원은 A씨의 병명을 ‘척추 내 경막상 농양‘으로 최종 진단했습니다.
소송 경과
A씨는 B씨 등 C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로 인해 수술 후 감염증이 발생하고 악화되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에서는 A씨 측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C병원에 24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원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 “A씨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원인균이 혈류를 통해 수술 부위의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병원 감염은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하므로 A씨의 감염증 발생이 수술 중의 직접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자체만으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대법원은 의료진의 과실과 감염증 발생 사이의 개연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심 파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